어제(4월22일)는 지구의 날이었다. 지구의 날은 기후 변화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탄소 배출량을 줄이는 생활 실천을 다짐해 보는 기념일이다.
우리는 기후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그간 크고 작은 실천을 해 왔음에도 지구 평균 온도는 산업화 이전보다 1.5℃ 이상 높아졌고 앞으로도 더 높아질 거라는 암울한 전망이다.
최근 주위에 코로나 이후 벗었던 KF94 황사방역 마스크를 다시 찾아 착용하는 사람이 많아졌다. 이유는 봄의 불청객 황사 때문이다.
중국과 몽골에서 발원한 황사는 북서풍을 타고 국내로 유입되는데 예년과 달리 황사 발생빈도가 늘어나고 농도가 짙어지는 추세를 보인다. 이런 현상은 도시 팽창과 무분별한 벌채로 인한 산림 파괴와 기후변화로 인한 장기간의 가뭄으로 인해 사막화가 급속히 진행되면서 기상이변을 넘어 기상재해 수준인데 북극곰에게나 미치는 줄 알았던 기후변화가 이제는 우리 개개인의 건강과 일상생활에 미치는 영향이 더 커지고 있다.
사과, 코코아, 커피, 올리브, 설탕은 공통점이 있다. 눈치챘겠지만 가격이 고공행진인 농작물들이다. 이중 국내에서 재배되는 사과는 열대과일 수입을 늘리는 등의 정부노력과 대형할인점 등 소매점의 할인 판매의 노력으로 한풀 꺾이긴 했지만 ‘애플레이션(애플+인플레이션)’이란 현상이라고 불릴 정도로 예년보다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작년에 발생한 사과 작황 부진을 기상이변에 의한 일시적 현상으로 보는 견해가 있는데 단순히 한 해 운 나쁘게 날씨가 나빴던 게 아니라 지구온난화에 따른 기후 변화의 영향이라고 본다. 작년 사과 농사는 예년보다 일찍 핀 사과꽃이 4월에 느닷없이 찾아온 강추위에 얼어버리면서 냉해를 입은 꽃이 과일을 제대로 맺지 못하면서 생산량이 급감하였다. 다른 과일들과 달리 수입이 안 되는 사과는 생산량 감소 탓에 당연히 가격은 급등할 수밖에 없었다.
궁금하다. 앞으로 우리는 사과를 예전처럼 마음 편하게(?) 먹을 수 있을까? 철저한 방역으로 수입산 사과가 공급되고 지금처럼 기온과 기상이 급변동하는 기후변화에 적응하는 품종이 개발되고 체계화된 병해충 예방과 방제 대책이 농가에서 잘 지켜진다면 가능할지도 모른다. 물론 희망 섞인 가정이다. 우리나라는 일교차가 크고 고산지인 경북 청송이 사과 주산지로 유명한데 중국은 인천과 마주 보고 있는 산둥 성의 옌타이(煙台)시가 사과 복숭아 포도의 주산지이다. 옌타이시 도심을 달리다 보면 곳곳에 사과 조형물이 세워져 있고 호텔의 로비마다 사과 매장을 갖추고 객실마다 사과를 서비스로 공급하는 곳을 쉽게 볼 수 있다. 중국산 사과가 아니더라고 값싼 인건비와 토지비용 등을 고려해 볼 때 지금 상태에서 사과가 수입된다면 경쟁력이 떨어지는 우리 농가들은 전부 사과 농사를 포기해야 할 상황이 올지 모른다. 이는 곧 식량 안보와 직결된다.
이렇듯 기후변화는 밥상 물가 인플레이션을 넘어 우리가 감당해야 할 직간접적 경제적 비용인 ‘기후 비용(Climate cost)’ 청구서로 날라 오고 있다. 한 예로 기후변화로 인한 지구 평균온도 상승은 봄·가을이 짧아지고 여름과 겨울이 길어지고 있다. 특히 혹서기와 혹한기의 장기화는 냉방과 난방을 위한 에너지 사용량이 늘어나는 구조로 에너지 비용을 추가로 지불하게 되는데 이는 개인이 지불하지 않아도 될 기후 비용을 지불하는 셈이다. 황사와 미세먼지가 갑자기 늘어나고 농작물 작황이 갑자기 나빠진 게 아니듯 기후온난화를 되돌리는 아니 지구 온도상승을 늦추는 노력도 긴 안목으로 탄소 배출은 줄이고 탄소 흡수원은 늘리는 어쩌면 가장 기본적인 탄소중립을 위한 실천부터 해야 한다. 스웨덴 여성 환경운동가 ‘그레타 툰베리’는 우리 집에 불이 난 것처럼 행동해야 한다고 했다. 공감하는 말이다.
/한승길 ㈜에코매스 대표이사
출처 : 인천일보(https://www.incheonilbo.com)